정부가 중대 재해를 일으킨 건설사에 대해 공공공사 입찰 때 불이익을 예고한 가운데 입찰참가자격제한 카드로 '벌점 폭탄'을 꺼내들 전망이다.
벌점 측정기준에 중대 재해 항목을 신설하고 벌점을 최대한 높은 수준으로 부과하는 게 핵심이다.
31일 관계기관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이 같은 내용으로 건설기술 진흥법 시행령을 개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앞서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중대 산업재해 예방대책'을 확정했다.
이번 대책에는 건설현장의 안전관리를 소홀히 해 중대 재해를 유발한 원청에 대해 공공공사 입찰 때 불이익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공공공사 입찰과 관련해 다양한 법적·제도적 장치가 가동 중인 가운데 국토부는 발주기관 등이 건설사에 부과하는 벌점을 활용하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다.
현행 건진법은 벌점 측정기준에 따라 벌점을 부과하고선 누계 평균벌점을 입찰참가자격사전심사(PQ)에 적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벌점 측정기준은 토공사의 부실, 콘크리트면의 균열 발생, 철근의 배근·조립 및 강구조의 조립·용접·시공 상태의 불량, 배수상태의 불량, 방수불량으로 인한 누수발생 등으로 구성돼 있다.
국토부는 벌점 측정기준에 중대 재해 발생을 추가하고 중대 재해에 대한 세부 기준을 제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한 중대 재해를 유발한 경우에 부과하는 벌점 수준을 대폭 상향조정하는 방안도 추진할 계획이다.
지금은 항목별로 적게는 1점에서 많게는 3점의 벌점을 부과하고 누계 평균벌점이 1점 이상 2점 미만이면 PQ에서 0.2점, 2점 이상 5점 미만이면 0.5점, 5점 이상 10점 미만이면 1점, 10점 이상 15점 미만이면 2점, 15점 이상 20점 미만이면 3점, 20점 이상이면 5점을 감점한다.
국토부는 누계 평균벌점이 PQ에 미치는 영향이 그리 크지 않다고 보고 중대 재해의 경우 입찰참가자격제한 등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미칠 수 있도록 벌점 수준을 설정할 계획이다.
다만 중대 재해가 발생하더라도 건설사의 책임을 따져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예방 장치도 마련하기로 했다.
국토부는 연말까지 건진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의견 수렴에 나설 예정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건설공사 벌점제도 등 공공공사 입찰에서 국토부가 줄 수 있는 불이익을 우선 검토하고 있다"며 "추가적인 공공공사 입찰의 불이익은 국가계약법을 관리하는 기획재정부 등과 논의를 거쳐 계약예규 등에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재해를 유발한 건설사를 대상으로 제재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반면 국회에서는 재해 예방을 위해 발주자의 책임을 강화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김삼화 국민의당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건설업 발주자 책임강화 어떻게 할 것인가?' 정책토론회에서 발주자가 안전관리를 유도하도록 규정한 영국과 발주자의 공사현장 안전확보 의무를 부여하고 있는 미국을 예로 들며 우리나라는 발주자의 책무 규정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이런 해외제도를 벤치마킹해 제도를 개선하지 않았는지 아쉬움이 크다"며 건설업 재해를 줄이기 위한 발주자의 책임 강화를 촉구했다.
박경남기자 kn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