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문재인 대통령이 국정과제로 제시한 ‘도로 통행료 인하’에 힘을 보태며 민자시장 판을 뒤집고 있다.
그러나 민자업계는 정부의 정책과 계약에 일관성과 신뢰성이 없고 민자사업의 근간을 뒤흔든다며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민주당 소속 이해찬 국회의원은 10일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민자도로 20년, 통행료 인하와 국민중심 개선방향’에 대한 정책 토론회를 가졌다.
이날 이 의원은 “초기 민자도로 사업은 국가 재정 상황상 불가피한 면이 있었지만 외환위기 이후로도 꾸준히 늘었다”며 “하지만 국민들은 사업자의 수익을 보장하기 위해 도로공사가 운영하는 고속도로보다 평균 1.2~1.3배의 통행료를 지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다행히 문재인 정부가 서울~세종 고속도로를 재정사업으로 전환해 이를 이용할 하루 평균 10만대의 통행료 경감 규모는 연간 592억원, 30년 누계로 1조8000억원에 달한다”며 “현재 운영 중인 민자도로의 계약기간이 30년임을 감안할 때 더 이상 개혁을 늦출 수 없고 틀을 바꾸는 재구조화를 통해 국민을 위한 국민중심의 민자도로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토론회를 공동 주최한 같은 당 강훈식 의원도 참석해 “인천공항과 천안~논산 고속도로의 경우 이미 총 민간사업비의 2배 이상에 해당하는 수익을 올리고 있다”며 “과거 거대 민간기업의 수익을 위한 민자도로의 정책 방향이 공익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선되길 기대한다”고 거들었다.
이어 민주당 황희 의원도 “민자도로는 사업별로 금융 조건과 주주 구성, 구조물 유지관리 등에 특성이 달라 일괄적으로 최소운영수입보장(MRG)을 완화하거나 삭제하는 것이 어렵다”며 “그러나 도로는 필수적인 공공재인 만큼 통행료 인하와 국민 세금 부담을 줄여 국민 편익을 위한 도로로 탈바꿈해야 한다”며 힘을 보탰다.
이와 별도로 같은 당 권미혁 의원은 국민연금기금을 통한 민간투자사업 리파이낸싱(자금 재조달)이 가능토록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 개정안’을 이달 중 발의할 예정이다.
개정안에 담길 민자사업 리파이낸싱은 현재 민간사업자와 정부 간 계약으로 유지되고 있는 민자사업을 정부가 계약해지하고, 계약서에 명시된 해지 지급금을 국민연금기금이 대납하는 방식이다.
이 처럼 여당의 유력 의원들이 민자도로의 통행료 인하에 적극 나서는 것은 문 대통령이 도로의 공공성 강화를 위해 통행료 인하를 100대 국정과제로 제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자업계는 정부가 당사자와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민자사업의 기본적인 틀을 흔들어 민간투자 활성화에 역행한다고 목소리가 높다.
한 민자사업 운영사 관계자는 “정부의 정책과 계약은 일관성과 신뢰성이 있어야 하는데 새 정부 들어 논의되는 민자도로 통행료 인하는 이를 배제한 채 너무나 일방적”이라며 “더욱이 운영 단계는 물론 운영 이전 단계에 있는 사업들에 대해서도 같은 움직임을 보여 민간 투자를 저해할 것으로 보인다”며 꼬집었다.
다른 관계자는 “정부가 신고리 원전 5ㆍ6호기 건설을 중단하며 원전 정책을 뒤엎은 데 이어 이제는 20년 간 지속된 민자사업의 근본인 신의성실의 원칙마저 어기려 한다”며 “정권이 바뀔 때 정책 방향이 바뀔 수는 있지만 이 처럼 정책 자체를 바꾸는 것은 시장에 혼돈을 가져와 국내 민간투자사업 역량 감소는 물론 일자리도 줄어드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채희찬기자 chc@